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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데이빗 보위!

영화.음악

by monan.stone 2016. 2. 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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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1일 세계적인 락뮤지션이자 아티스트 데이빗 보위가 18개월간의 암과의 투쟁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가 투병 중이라는 소식도 몰랐는데 뜬금없이 사망 소식이 타임라인에 오르기 시작해 여느 스타들의 죽음과는 달리 심장을 망치로 한번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이 있었죠. 제게 데이빗 보위는 음악, 미술, 퍼포먼스,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역량을 떨친 진정한 자유인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 세대로서 제 인생을 통해 데이빗 보위와 만난 순간들이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1. Let’s Dance!

데이빗 보위과의 첫 만남이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Let’s Dance인 것 같습니다. 



1983년 발표된 이 노래는 당시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있었죠. 당시 빌리 조엘이나 폴 매카트니 등, 감미로운 멜로디에 중독되어 있을 무렵이었는데 이 노래는 저에게 참으로 이상한 노래였습니다. 무심하게 툭 내뱉듯이 “뭐해? 춤이나 추자구!”라고 말하는 듯한 가사나 마치 술자리에서 기계적으로 병뚜껑을 따는 듯한 주술적인 리듬과 멜로디는 낯설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강력한 매력이 있었죠. 웬지 이 노래를 따라하다보면 턱이 저절로 움직여지기도 합니다. 팝송의 세계에 갓 입문했던 터라, 그냥 이런 가수가 있구나, 이런 노래가 있구나, 팝송의 세계는 무척 다양하구나, 그런 정도의 감흥이었죠.


2. Good Morning, Mr. Orwell

한동안 잊고 있다가 난데없이 데이빗 보위를 다시 만난 건 위성 중계로 TV 생방송된 백남준의 Good Morning, Mr. Orwell이었습니다. 



백남준이 아니었으면 이런 전위 예술이 우리나라에서 생방송될 수나 있었을까요? 하여간에 당시 굉장히 시끌벅적했었죠. 조지 오웰의 가상의 1984년에서 그려진 빅 브라더는 현재의 1984년에서 바로 TV라는 메시지를 아주 난해하게 풀어내죠. 이런 엄청난 역사적인 순간에 참여한다는 사명감으로 넋놓고 지켜보긴 했지만 10분도 채 안 지나서 주의가 산만해지더니 결국 역사적인 순간은 개나 줘버렸던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네요. 필립 글래스, 알랭 갱스버그, 머스 커닝햄 등 지금 들으면 와~하는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당시에 제가 알아본 스타는 데이빗 보위가 유일했습니다. 음악이라는 영역 한 군데에 머무르지 않고 전방위 예술가로서의 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답니다. 


이후, 믹 재거나 티나 터너 등과 콜라보를 한 음악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긴 합니다만, 당시 정서에 맞지 않는 성적인 퍼포먼스가 강해서인지 딱히 와닿진 않았구요, 



간간히 영화에 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또 신기해 하기도 했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에서는 빌라도 총독이 바로 데이빗 보위입니다.




3. 퐁네프의 연인들


Let’s Dance와 백남준 이벤트가 한창 전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후, 또 데이빗 보위를 잊고 있었습니다. 대학입시다 뭐다 해서 한가하게 팝송 찾아듣고 있을 수 없었던 때였죠.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서 예술영화 열풍이 불었던 당시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게 됩니다. 이 때 데이빗 보위를 다시 만납니다. 모든 것을 바닥에 내려놓은 두 남녀가 퐁네프 다리 위에서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그러나 지극히 자유로운, 미친 사랑을 하죠. 그들의 사랑은 데이빗 보위의 음악과 마치 한몸인듯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배경음악을 듣자마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인 줄 단번에 알았죠. 영화 탓도 있겠지만 그 장면이 워낙 강렬하게 다가와서 이 때부터 데이빗 보위의 열성팬이 되어야 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 갑자기, 문득, 우리나라에 예술영화 열풍이 불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게 새삼 놀랍군요. 요즘은 찬밥 신세인데...)


4. Lost Highway (1997)


데이빗 보위의 음악은 몽환적이고 미스테리한 영화와 정말 궁합이 잘 맞습니다. 트렌트 레즈너가 음악감독을 맡은 데이빗 린치 감독의 Lost Highway에 나오는 음악들은 정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좋습니다. 그 중 오프닝과 클로징을 담당하는 음악은 데이빗 보위의 I’m Deranged인데 1995년 Outside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그렇게 또 잊고 잊고 있다가 2016년 그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그를 기억하게 되는군요. 그동안 저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Where are we now?로 데이빗 보위를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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