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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vs영화]성재기 논란과 김기덕의 '나쁜 남자'

영화.음악

by monan.stone 2012. 10. 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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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성연대 성재기 논란과 관련한 진중권 트위터 어록 중, 한 내용입니다.


'수평폭력'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프란츠 파농의 말로 기억하는데, 식민지 치하에서 억압을 받은 사람들이 그 지배자에게 '위'로 저항하지 못하고, 외려 자신이 당한 억압의 스트레스를 '옆'으로, 즉 동료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현상을 가리키죠.

가령 사장에게 당한 스트레스를 집에 들어와 아내나 자식들에게 푸는 것도 수평폭력이라 할 수 있죠. 네오 나치들도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일자리를 못 찾는 이유를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들의 탓으로 돌려 폭력을 행사하는 거죠.

열심히 된장녀 성토하는 골빈 마초들 역시 어떤 사회적 좌절감이 있을 겁니다. 그걸 이해해야 합니다. 그걸 만만한 대상, 즉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향해 분출하는 거죠. 그걸 통해 허구적으로나마 어떤 '우월감'을 느껴보려고...

핵심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입니다. OECD에서는 한국을 향해 여성의 경제참여율을 높이라고 권했죠. 그래야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거죠. 바로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가 남성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는 거죠.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공포감을 느끼게 된 거죠. 대개 그 공포감은 고용과 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에 걸려 있는 경제적 활동의 하층에서 더 극심합니다.

바로 그 불안감이 다양한 반여성주의 선동의 경제적 토대입니다. 다른 하나의 요인은 문화적 보수주의죠. 조선시대 이래 울트라 남성주의 사회에서 살았으니... 19세기 말 20세기 초 페미니즘이 처음 등장했을 때, 서구에서도 그랬어요.

골빈 마초들의 행태를 분석하는 또 하나의 틀은 정신분석학이죠. 계급사회에서 여성들 역시(학벌, 재력, 가문 등) 사회적 강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의 길이 막혀 있는 곳에선 혼인을 통한 계층상승이 유일한 길이죠.

거기서 일부 여성들은 상류사회에 속하겠다는, 상당히 비현실적 기대를 갖게 됩니다. 좌절한 남성들이 보기엔 나랑 놀아야 할 것들이 나보다 사회적으로 우월한 놈들만 바라보니, 짜증이 나겠죠. 그게 '된장녀' 드립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일베충 여러분의 좌절감, 허탈감, 불안감, 다 이해합니다. 다만,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보고, 이 사회의 구조를 바꾸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에 있다고 봐요.



이 어록을 음미하다 보면 김기덕의 영화 '나쁜 남자'가 딱 떠오릅니다. 진중권이 향후 김기덕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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